1. 익숙한 시야가 가리는 것들
우리는 대개 내 자리, 내 역할의 시선으로 사고한다. 편하고 빠르지만,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는 영역만 밝히고 나머지는 어둠 속에 둔다. 인지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한 가지 역할에만 몰입한 사람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대안 개수가 최소 40 % 이상 줄어든다. “더 나은 해답이 안 보이는” 이유가 사실은 시야 부족일 수 있는 셈이다.
2. 스티브 잡스가 일부러 벌인 ‘논쟁 쇼’
팀 쿡이 회상하듯, 잡스는 회의 중 돌연 본인 의견과 반대되는 주장을 꺼내곤 했다. “사람들을 놀리려던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시각을 틀어 줬다”는 설명이다. 잡스는 늘 “문제를 한 바퀴 돌아봐야 진짜 윤곽이 보인다”라고 말하며, 팀에게 익숙함 너머로 걸어 나가길 요구했다.
3. 첫 아이폰 디스플레이 소재의 반전
2005년, 아이폰 시제품은 플라스틱 전면을 달고 있었다. 엔지니어 관점에선 유리 = 파손 위험 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잡스가 던진 한 문장:
“주머니 속 열쇠에 긁혀 흐릿해진 화면을 고객이 봤을 때, 누구 탓을 할까요?”
• 플라스틱 → 잔스크래치 → “애플이 불량품 만들었네”
• 강화유리 → 떨어뜨릴 때만 깨짐 → “내가 실수했네”
브랜드 신뢰 손실 비용과 교체·A/S 비용을 재계산한 결과, 유리가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결정은 스마트폰 업계 전체의 표준을 바꿨다.
4. 일상에서 써먹는 세 가지 ‘외부 렌즈’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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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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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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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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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쓰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답답할 지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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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UX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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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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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쟁사라면 어디를 먼저 파고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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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전략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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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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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엔 어떤 점이 촌스러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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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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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관점을 바꾸는 소규모 연습
- 역할 바꿔 말하기 – 회의 10분을 떼어 각자 상대 진영 입장에서 자신의 안건을 비판하게 한다.
- 선(先) 실패 보도자료 – “○○ 서비스, 왜 무너졌나”라는 가상의 기사 초안을 미리 써 본다. 드러난 원인을 지금부터 봉합한다.
- 고객 사파리 – 실제 사용 환경을 눈으로 확인한다(카페, 커뮤니티, 콜로그). 사용자가 쓰는 우회 동작과 표정을 기록하라.
6. ‘가짜 다양성’ 함정 주의
부서만 섞어 놓고 직급이 그대로면, 반대 의견이 사라진다. 사회자(모더레이터)를 회전시키거나, 익명 디지털 화이트보드를 활용해 힘의 균형을 조정해야 한다.
7. 결정 직전 체크리스트
- 외부 관점을 두 가지 이상 담았는가?
- 리스크 관점에서 반론을 제시했는가?
- 최종 사용자의 감정曲線을 이해했는가?
- 오늘의 편의보다 내일의 브랜드 인식을 우선했는가?
8. 마무리
탁월한 아이디어는 종종 ‘직선’으로 오지 않는다. 잠시 명함의 역할을 벗고 문제 주위를 돌아볼 때, 숨은 실루엣이 드러난다. 다음 회의가 정체되는 순간, 이렇게 물어보자. “여기에 없는 시선은 누구 것일까?” 그 시선을 추가하는 순간, 방 안의 생각 회로가 한 단계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