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 "음식값보다 비싼 배달비", 끝나지 않는 논란의 시작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스마트폰을 켭니다.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익숙하게 배달앱을 열고 먹고 싶었던 떡볶이를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18,000원짜리 떡볶이 세트. 그런데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 최종 금액을 보고 잠시 망설입니다. 최소주문금액을 겨우 맞췄는데, 배달팁과 각종 수수료가 붙어 2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음식값보다 배달비가 더 비싸게 느껴진다"는 푸념이 절로 나옵니다.
같은 시각, 서울의 한 치킨집 사장님은 하루 매출을 정산하며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주문 알림에 바쁘게 일했지만, 배달 플랫폼에서 보내온 정산 내역서를 보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주문 금액의 상당 부분이 중개수수료, 배달비, 광고비, 결제 수수료 명목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말이 현실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처럼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배달 수수료 문제가 마침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직접 배달 수수료에 상한선을 두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논의는 단순히 '비싼 배달비' 문제를 넘어, 코로나19 이후 우리 삶의 필수 인프라가 된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과 책임을 묻는 거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가져온 편리함의 이면에는 독과점 구조의 그늘과 소상공인의 눈물이 자리하고 있으며, 배달 수수료 상한제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시도인 셈입니다.
과연 정부의 개입은 모두를 위한 '상생'의 길이 될까요? 아니면 시장의 혁신을 막는 '살생'의 규제가 될까요? 본 포스트에서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둘러싼 모든 것, 즉 대한민국 배달앱 시장의 구조적 문제부터 정부의 규제안, 업계의 자율 상생안, 그리고 각 이해관계자의 엇갈리는 목소리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이 복잡한 논란의 실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2. 독과점 시장의 그늘: 대한민국 배달앱 수수료의 실체
배달 수수료 논란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한민국 배달앱 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소수의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독과점 구조는 높은 수수료와 불투명한 비용 구조를 낳는 핵심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3강 체제의 시장 지배력 분석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3개사가 전체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확고한 과점 체제입니다. 2024년 기준, 배달의민족이 약 60%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쿠팡이츠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약 24~26%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굳혔습니다. 반면 요기요의 점유율은 10%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시장은 사실상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쿠팡이츠의 약진입니다. 쿠팡이츠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와우 멤버십'과 연계한 '무료배달'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1년 만에 사용자 수가 두 배 가까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시장 지배력을 지키려는 배달의민족 역시 '배민클럽'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며 맞불을 놓았고, 두 거인의 '무료배달 전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경쟁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두 플랫폼의 경쟁은 자영업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 인하'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출혈 경쟁'에 가깝습니다. 이 경쟁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결국 어디에선가 충당되어야 합니다. 플랫폼들은 투자금으로 버티는 한편, 이 비용 부담의 상당 부분을 자영업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즉, 플랫폼들은 자영업자라는 전쟁터 위에서 소비자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져도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주문 1건에 빠져나가는 돈: 중개수수료, 배달비, 광고비의 복잡한 구조
자영업자가 배달 주문 1건을 처리할 때 플랫폼에 지불하는 비용은 단순히 '중개수수료'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항목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실제 부담률을 파악하기조차 어렵습니다.
- 중개수수료: 주문 금액에 대해 일정 비율로 부과되는 핵심 수수료입니다. 과거 배달의민족은 6.8%였으나, 쿠팡이츠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쿠팡이츠와 동일한 9.8% 수준으로 인상했습니다. 요기요는 이보다 높은 12.5%의 수수료를 부과해왔습니다.
- 결제수수료: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할 때 발생하는 PG사(결제대행사) 수수료로, 보통 1.5%에서 3%에 달합니다. 이 비용 역시 대부분 자영업자의 몫입니다.
- 점주 부담 배달비: 소비자가 '무료배달' 혜택을 받더라도, 배달에 드는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플랫폼은 건당 1,900원에서 3,300원 또는 그 이상의 배달비를 자영업자에게 부담시킵니다.
- 광고비: 가장 보이지 않지만,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비용입니다. 앱 내 좋은 위치에 가게를 노출시키기 위한 경쟁은 치열합니다. 월 8만 8천 원의 고정비를 내는 '울트라콜'(일명 '깃발 꽂기')부터, 소비자가 클릭할 때마다 비용이 차감되는 '우리가게클릭' 같은 CPC(Cost Per Click) 광고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수많은 가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광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이는 자영업자들을 끝없는 비용 경쟁으로 내몹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2만 원짜리 음식을 주문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에 중개수수료 9.8%(1,960원), 결제수수료 3%(600원), 점주 부담 배달비 3,000원을 더하면 총 5,560원이 플랫폼 비용으로 빠져나갑니다. 이는 주문 금액의 약 28%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여기에 광고비까지 더하면 부담은 30%를 훌쩍 넘기기 일쑤입니다.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를 제외하고 나면 정작 사장님 손에 남는 이익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게 됩니다.
이처럼 수수료 체계가 여러 항목으로 쪼개져 있는 것은 의도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각 항목의 요율만 보면 합리적인 수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이 합쳐졌을 때의 총부담률은 상당합니다. 이러한 '수수료 스태킹(Fee Stacking)' 전략은 플랫폼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자영업자가 자신의 진짜 비용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습니다. 이는 지배적 사업자가 종속적인 파트너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장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3. 정부의 칼, '온라인 플랫폼법'과 '수수료 상한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임계점에 달하고, 시장의 자정 능력이 한계를 보이자 결국 정부가 칼을 빼 들었습니다.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법적 규제를 포함한 직접 개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부가 직접 개입을 검토하는 이유: 과도한 부담과 시장 실패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신중해야 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 수수료 상한제'라는 강력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자영업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수수료 부담'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음식값의 20~30%에 달하는 수수료는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둘째,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입니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경쟁이 활발한 시장에서는 가격이 하락하고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간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오히려 오르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플랫폼 간의 경쟁이 자영업자의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정부는 이를 정상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 실패' 상황으로 규정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자율적인 상생 협상이 번번이 결렬된 것 또한 정부가 직접 나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거래공정화법(온플법)이란 무엇인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법안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명 '온플법' 안에 포함될 수 있는 핵심 규제 중 하나입니다. 온플법은 배달앱뿐만 아니라 오픈마켓, 앱마켓, 숙박앱 등 거대 플랫폼 기업 전반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법입니다.
온플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서 교부 의무화: 플랫폼이 입점업체와 계약 시, 수수료 부과 기준, 상품 노출 순서 결정 방식, 계약 해지 사유 등 핵심 거래 조건을 명시한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교부해야 합니다.
- 불공정 행위 금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대하는 '자사 우대', 입점업체에 부당한 비용을 떠넘기는 '비용 전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는 행위 등을 금지합니다.
- 투명성 확보: 검색 결과나 상품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주요 기준을 공개하도록 하여 '깜깜이' 운영을 방지합니다.
- 분쟁 조정 절차 마련: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공식적인 조정 기구를 설치합니다.
이 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게만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을 더 이상 단순한 '중개자'가 아닌,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디지털 유통 대기업'이나 '준공공재'로 보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규제 당국의 시각 변화를 보여줍니다. 과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적용되던 공정거래 규제의 논리가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했을까? 미국·캐나다의 사례에서 얻는 교훈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일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식당 내 식사가 금지되면서 배달 주문이 폭주했습니다. 이때 미국 뉴욕, 캘리포니아, 캐나다 일부 주 등에서는 자영업자의 생존을 돕기 위해 배달 수수료를 주문 금액의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한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당시 미국 플랫폼들의 수수료가 30%를 훌쩍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자영업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수수료 상한제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서비스 범위를 축소하거나 배달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또한 수수료 상한제의 혜택이 영세 식당보다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더 많이 돌아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플랫폼들이 수수료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문량이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배달을 우선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가격 통제는 시장에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무딘 칼'과 같습니다. 플랫폼들은 규제에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 새로운 수수료 항목을 만들거나 서비스 품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제도를 설계할 때 이러한 2차, 3차 효과까지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해외 사례는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4. 법 대신 '자율규제'로: 2025년 배달앱 상생안 심층 분석
정부의 입법 압박이 거세지자, 배달 플랫폼 업계는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자율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플랫폼, 자영업자 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상생협의체)를 통해 논의된 끝에, 2025년부터 적용될 '배달앱 상생안'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생안은 발표 직후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이며 많은 자영업자로부터 '상생안'이 아닌 '살생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이 바뀌나? 매출별 차등 수수료의 명과 암
상생안의 핵심은 기존에 9.8%로 고정되어 있던 중개수수료를 자영업자의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 적용될 새로운 수수료 체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매출 상위 35% 이내 점주: 중개수수료 7.8% 적용
- 매출 상위 35% 초과 ~ 80% 이하 점주: 중개수수료 6.8% 적용
- 매출 하위 20% 점주: 중개수수료 2.0% 적용
표면적으로는 모든 구간에서 수수료가 인하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매출 하위 20% 구간은 2.0%라는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상생안에는 결정적인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중개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구간에 따라 최대 500원까지 인상한 것입니다.
구분 | 기존 수수료 체계 | 상생안 수수료 체계 | 주요 변경점 |
중개수수료 | 9.8% 정률 | 매출 상위 35%: 7.8% 매출 중위 35~80%: 6.8% 매출 하위 20%: 2.0% | 매출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 |
점주 부담 배달비 | 1,900원 ~ 2,900원 | 1,900원 ~ 3,400원 | 매출 상위 구간 최대 500원 인상 |
적용 대상 | 모든 점주 동일 | 매출 구간별 차등 적용 | 영세/고매출 점주 간 부담 구조 차별화 |
이 표에서 볼 수 있듯, 수수료 인하의 효과는 배달비 인상분과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퍼센트(%)로 깎아주는 수수료와 고정 금액(원)으로 올리는 배달비의 상호작용이 바로 이번 상생안 논란의 핵심입니다.
"수수료 내렸는데 왜 더 손해?" - '상생안'이 '살생안'이라 불리는 이유
많은 자영업자들이 상생안에 분노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실제 부담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그룹은 매출 상위 35%에 속하면서, 커피나 분식처럼 평균 주문 금액(객단가)이 낮은 메뉴를 판매하는 가게들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 상위 35% 가게가 2만 원짜리 주문을 받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 기존: 중개수수료 9.8% (1,960원) + 점주 부담 배달비 (예: 2,900원) = 총 4,860원
- 상생안: 중개수수료 7.8% (1,560원) + 인상된 배달비 (예: 3,400원) = 총 4,960원
수수료는 400원 내렸지만, 배달비가 500원 오르면서 오히려 총부담액이 100원 증가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계산에 따르면, 이 구간의 가게들은 주문 1건당 객단가가 약 25,000원을 넘어야 비로소 상생안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액 주문이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상생안을 두고 다음과 같이 비판합니다.
- 기만적인 조삼모사: 눈에 잘 띄는 수수료율은 낮추고, 잘 보이지 않는 배달비를 올려 전체적인 부담은 그대로 두거나 늘리는 '눈속임'이라는 비판입니다.
- 자영업자 갈라치기: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서 대다수 '평범한' 자영업자들에게는 부담을 전가하여, 자영업자 커뮤니티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는 '갈라치기' 전략이라는 지적입니다.
- 3년간의 족쇄: 이 합의안은 향후 3년간 유효합니다. 이는 앞으로 3년 동안 플랫폼들이 수수료 관련 논란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이며, 문제가 발생해도 자영업자들은 협상의 여지없이 불리한 구조를 감내해야 하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플랫폼들은 정부의 규제 압박이라는 가장 큰 위기를, 가장 영리한 방식으로 돌파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중개수수료'를 인하하는 모양새를 취해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배달비'라는 다른 레버를 이용해 수익을 보전하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것입니다.
5. 끝나지 않은 갈등: 이해관계자들의 엇갈린 목소리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상생안을 둘러싼 논의는 배달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복잡한 방정식입니다. 플랫폼, 자영업자, 배달기사, 소비자 각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집니다.
플랫폼 업계: "혁신 저해와 시장 고착화가 우려된다"
플랫폼 업계는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개입, 즉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합니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혁신 저해'입니다. 수수료 수입은 플랫폼이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하고(R&D), 소비자를 유치하며(마케팅), 안정적인 배달망을 유지하는(라이더 프로모션) 데 쓰이는 재원입니다. 정부가 이 수입에 상한을 두면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서비스 품질 저하와 혁신 동력 상실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둘째, '시장 고착화'입니다. 플랫폼들은 과거 이동통신 시장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사례를 거론합니다. 단통법은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막고 모두에게 공평한 가격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없애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고착시키고 소비자 혜택만 줄였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모든 플랫폼이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수료율에 가격을 맞출 것이고, 현재와 같은 '무료배달' 경쟁 등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서비스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영업자: "결국 조삼모사, 객단가 낮은 가게는 죽으란 소리"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절박함 그 자체입니다. 이들은 플랫폼의 '상생안'이 실제 부담을 줄여주지 못하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객단가가 낮은 분식, 카페, 1인 메뉴 전문점 등의 사장님들은 "이건 그냥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울분을 토합니다.
이들이 느끼는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히 수수료율의 높낮이가 아니라, 플랫폼에 대한 절대적인 '종속성'입니다. 배달앱에 입점하지 않고는 장사를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플랫폼이 정하는 수수료 정책을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불공정함을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 단체들은 자율규제인 상생안에 반대하며, 중개수수료뿐만 아니라 배달비, 광고비 등을 모두 포함한 '총수수료'에 대해 5% 이하의 법적 상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플랫폼은 더 이상 선택 가능한 파트너가 아니라, 통제해야 할 '독점적 공공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배달기사(라이더): "우리의 배달료는 어떻게 되나?"
이 복잡한 갈등의 한가운데에는 배달 생태계의 필수 노동력인 배달기사, 즉 라이더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의 수수료 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을'의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라이더들의 가장 큰 우려는 수수료 인하 압박이 결국 자신들의 '배달료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플랫폼의 수익이 줄어들거나,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면 양쪽 모두 가장 먼저 비용을 줄이려 할 대상이 바로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어 플랫폼의 수입이 강제로 제한될 경우, 플랫폼이 라이더 확보를 위해 지급하던 각종 프로모션 비용이 줄어들면서 라이더의 전체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큽니다. 이들의 위치는 플랫폼 경제의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들은 필수 노동자이지만 고용 안정성은 보장받지 못하며, 이들의 소득은 플랫폼이 설계한 복잡한 수수료 모델에 따라 시시각각 변동합니다.
소비자: "결국 음식값 인상으로 돌아올 것"
언뜻 보기에 이 갈등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비자 역시 최종적인 비용 부담자입니다.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의 수수료 갈등이 어떤 결론에 이르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음식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많은 식당에서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먹는 가격과 배달앱으로 주문하는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입니다. 높은 배달 수수료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배달 메뉴의 가격 자체를 올려 비용을 보전하려는 자구책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보편화되면, 소비자들이 누리는 '무료배달'이나 '배달비 할인'은 결국 부풀려진 음식 가격에 가려진 착시에 불과하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배달비가 싸지는 줄 알았더니 음식값이 올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이는 배달앱 이용 감소로 이어져 결국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습니다.
6. 대안은 없는가? 공공 배달앱의 가능성과 한계
거대 민간 플랫폼의 독과점과 높은 수수료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 배달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개발·운영하는 공공 배달앱은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공공 배달앱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으로 낮은 수수료입니다. 전남 순천시의 '먹깨비', 서울시의 '땡겨요' 등 대부분의 공공 배달앱은 1.5~2% 수준의 중개수수료만을 받으며, 광고비는 아예 없습니다. 이는 10%에 육박하는 민간앱 수수료와 비교할 때 자영업자에게는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특히 순천시의 '먹깨비'는 지역화폐와 결제를 연동하고, 지자체가 적극적인 홍보와 할인쿠폰을 지원하면서 지역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공공 배달앱이 단순한 앱이 아니라, 지역 경제 정책과 결합될 때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 배달앱은 민간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민간 플랫폼들이 수조 원을 쏟아부어 구축한 막대한 마케팅 예산, 편리한 UI/UX, 고도화된 배달 관제 시스템, 그리고 방대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익숙하고 편리한 민간앱을 계속 사용하게 되고, 공공 배달앱은 일부 '착한 소비'에 관심 있는 사용자나 특정 혜택을 노리는 소수만 이용하는 서비스로 남기 쉽습니다.
이는 공공 배달앱의 성공이 기술력이나 마케팅 경쟁에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공공 배달앱이 가야 할 길은 민간앱과의 정면 대결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깊숙이 결합하는 '디지털 로컬리즘(Digital Localism)'의 구현에 있습니다. 지역화폐, 지역 공동체,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가 결합될 때, 공공 배달앱은 거대 플랫폼을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시장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견제하는 '메기' 역할을 수행하며, 자영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숨 쉴 공간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시행되면 제가 내는 배달비는 싸지나요?
A1: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수료 상한제는 플랫폼이 '음식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음식점주들이 부담이 줄어 배달비를 낮출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플랫폼이 소비자 할인 혜택을 줄이거나 음식점주들이 수수료 외 다른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음식 가격 자체를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내는 총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합니다.
Q2: '상생안'으로 자영업자 부담이 정말 줄어드나요?
A2: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배달 매출이 매우 적은 영세 자영업자나, 피자나 족발처럼 객단가가 매우 높은 음식을 파는 가게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 분식, 1인분 메뉴 등 객단가가 25,000원 이하인 다수의 '평범한' 가게들은 중개수수료 인하 폭보다 점주 부담 배달비 인상 폭이 더 커서, 실제 총부담액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Q3: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은 배달앱에만 적용되나요?
A3: 아닙니다. 온플법은 배달앱뿐만 아니라 G마켓 같은 오픈마켓, 구글플레이 같은 앱스토어, 야놀자 같은 숙박 예약 사이트 등 중개 역할을 하는 모든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되도록 설계된 포괄적인 법안입니다. 배달앱은 그중 가장 대표적인 규제 대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Q4: 배달앱들이 광고비를 올리는 등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할 수 없나요?
A4: 네, 가능하며 이것이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입니다. 이를 '풍선 효과'라고 부릅니다. 한쪽(중개수수료)을 누르면 다른 쪽(광고비, 신규 서비스 이용료 등)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들은 단순히 중개수수료율 하나만 규제해서는 안 되며,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모든 비용을 합한 '총수수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8. 결론: 규제와 자율 사이, 배달 생태계의 미래는?
배달 수수료를 둘러싼 길고 긴 논쟁은 플랫폼 경제라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한쪽에는 혁신과 경쟁, 시장 자율이라는 가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공정과 상생, 소상공인 보호라는 가치가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문제가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인 '수수료 상한제'는 당장의 고통을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해외 사례에서 보듯 서비스 품질 저하나 경쟁 위축과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업계가 내놓은 '자율규제 상생안'은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합의라는 비판을 받으며, 근본적인 힘의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결국 배달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규제와 자율이라는 양극단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온플법을 통해 최소한의 투명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최소 규제'의 틀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플랫폼, 자영업자, 라이더,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상시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조정해 나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공 배달앱이 민간 플랫폼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배달 수수료 논란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독과점 플랫폼 시대의 공정한 시장 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중대한 시험대입니다. 이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디지털 경제가 상생의 생태계로 나아갈지, 아니면 승자독식의 정글이 될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경험한 배달 수수료 문제나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더 깊이 있는 분석을 원하시면 구독과 뉴스레터 신청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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