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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보이지 않는 영토: 중국 정부의 부지 매입, 단순한 투자인가 전략적 포석인가?

by 나이크 (injoys.com) 202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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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용산의 심장부를 뒤흔든 1,256평의 땅

최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부, 용산에서 벌어진 한 건의 부동산 거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안보와 주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핵심 부지 약 1,256평(4,162㎡)을 직접 매입한 사실이 2018년 거래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이 소식은 단순한 해외자본의 부동산 투자를 넘어, 국가안보의 중추인 용산에 외국 정부가 직접 영토적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부동산 취득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의 법적, 전략적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외국 '정부'가 국가의 핵심 전략 요충지인 용산의 토지를 직접 매입한 사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 이 거래는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개방'이라는 경제 원칙이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 시대에 어떠한 안보적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본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용산 부지 매입을 단순한 개별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낡은 외국인 토지법이 부동산을 국가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과 충돌하며 발생한 필연적 결과물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해당 거래의 구체적인 전말을 법적, 행정적 절차를 통해 재구성하고, 대상 부지가 지닌 지정학적 가치를 심층 분석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 대한민국의 외국인 토지 관련 법제가 지닌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부동산 안보'라는 개념 아래 어떻게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지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부동산 주권과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I. 거래의 재구성: 중국은 어떻게 용산의 주인이 되었나

중국 정부가 용산의 토지를 취득한 과정은 대한민국의 현행 제도 아래에서 얼마나 용이하게 전략적 자산이 외국 정부의 손에 넘어갈 수 있는지를 단계별로 보여준다. 이 거래는 단순한 매매 행위를 넘어, 제도의 허점과 관리의 부재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거래의 세부 내용과 과정

거래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입 주체는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국가 그 자체이다. 거래 시점은 2018년 12월이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62-13 일원의 11개 필지, 총 4,162㎡(약 1,256평)를 약 299억 2,000만 원에 사들였다. 과거 약 50년간 실외 골프연습장으로 사용되던 이 부지는 매각 시점에 폐업했으며, 현재까지 별다른 개발 없이 방치된 상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땅의 과거 소유 이력이다. 중국 정부가 매입한 11개 필지 중 2개 필지는 본래 대한민국 정부가 소유한 국유지였다. 정부는 2017년 6월, 이 국유지를 일반 개인에게 매각했고, 불과 1년 6개월 만인 2018년 12월, 이 땅은 개인의 손을 거쳐 중국 정부의 소유가 되었다. 이는 국가의 중요 자산일 수 있는 토지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민간에 매각된 후, 단기간에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 정부로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전략적 자산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중국 측의 모호한 해명과 특혜 논란

주한중국대사관 측은 해당 부지 매입에 대해 "대사관의 공무용 부지이며, 코로나19로 인해 사용이 미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내부 보고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부지 매입 후 개발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지 경계에 다수의 CCTV만 설치한 점 역시 통상적인 부동산 개발과는 거리가 먼 행태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이 부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한국 외교부의 지원을 받아 취득세를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른 외교 공관용 부동산 취득 시 주어지는 혜택이지만, 부지의 구체적인 용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세금 감면 혜택까지 제공된 것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낳고 있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전략적 가치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 정부는 이미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2018년 약 300억 원에 매입한 이 토지의 2025년 1월 기준 공시지가는 약 320억 원에 이르지만, 이는 시장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최근 법원이 인근 유사 토지에 대해 감정한 평가액을 적용하면, 해당 부지의 현재 시세는 매입가의 3배가 넘는 약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이 거래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 대한민국 정부가 전략적 요충지의 국유지를 매각하며 미래의 안보적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순전히 행정적, 경제적 논리로 자산을 처분한 결과, 국가 안보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주체에게 토지가 넘어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둘째, 외국 정부의 토지 취득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감시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절차 없이, 일상적인 부동산 거래처럼 처리되었다. 이는 명백한 제도의 실패이자 전략적 자산 관리의 실패다.

III. 단순한 땅이 아니다: 용산 부지의 지정학적 가치 분석

중국 정부가 매입한 용산 부지는 단순한 부동산 자산이 아니다. 그 위치 자체가 강력한 지정학적, 안보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이번 매입은 경제적 투자 수익을 넘어선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 국제 관계에서 부동산, 특히 전략적 요충지의 부동산은 국가안보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용산: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심장부

용산은 서울의 지리적 중심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 군사, 외교 기능이 집약된 심장부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위치해 국가 통수권과 국방 지휘 체계의 핵심을 이룬다. 또한, 향후 주한미국대사관이 이전할 예정이며, 각국 대사관과 다국적 기업 본사들이 밀집해 있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전략적 요충지(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지역에 특정 국가가 물리적 거점을 확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근접성이 곧 위협이 되는 위치

중국 정부 소유 부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한민국의 핵심 안보 시설과의 절대적인 '근접성'이다. 이 부지는 용산 대통령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그리고 주한미국대사관 이전 예정지인 캠프 코이너 부지로부터 불과 1~1.5km 거리에 위치한다. 이처럼 가까운 거리는 다음과 같은 잠재적 위협을 내포한다.  

  1. 정보 수집의 교두보: 해당 부지에 건물이 들어설 경우, 합법적인 외교 시설의 지위를 이용해 각종 첨단 장비를 설치하고, 대통령실과 국방부, 미 대사관 등을 오가는 통신을 감청하는 신호정보(SIGINT) 수집 활동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주요 인사의 동향을 감시하고 정보원을 접촉하는 인간정보(HUMINT) 활동의 안전가옥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전략적 감시 및 압박: 핵심 시설의 움직임을 일상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위치는 그 자체로 심리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유사시에는 특정 활동을 방해하거나 교란하는 작전의 전초기지가 될 수도 있다.
  3. 핵심 인프라 접근성: 해당 부지 지하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라는 국가 핵심 교통 인프라가 통과한다. 이는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한 잠재적 접근 및 위협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안보적 우려에 대해 경제안보 전문가인 박승찬 용인대 교수는 "민감한 전략시설 인근의 외국자본 토지 매입은 보다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현 상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중국 정부가 이 부지를 통해 얻는 가치는 1,000억 원이라는 금전적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들이 확보한 것은 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잠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이다. "공무용 부지"라는 모호한 해명 뒤에 구체적인 용도를 밝히지 않는 것은,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상대가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적 행위이며, 이 땅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 '불확실성'과 '잠재력'에 있다.

시설명 기능 중국 소유 부지와의 근접 거리 잠재적 안보 위협
대통령 집무실 대한민국 행정부 최고 지휘 본부 약 1.5 km 통신 감청(SIGINT), 주요 동향 감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대한민국 국가원수 거주지 약 1.2 km 동선 파악, 근접 감시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국방 지휘 통제 본부 약 2.0 km 군사 통신 감청, 군사 동향 파악
주한미국대사관 이전 부지 (캠프 코이너) 동맹국 핵심 외교 공관 약 1.0 km 한미 공조 관련 정보 수집, 외교 활동 감시

IV. '열린 문'의 역설: 한국의 외국인 토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 정부의 용산 부지 매입이 아무런 제재 없이 가능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한민국의 외국인 토지 관련 법제가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개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법 체계는 국가안보라는 변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남긴 유산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의 외국인 부동산 취득 관련 조항들의 뿌리는 1998년 제정된 '외국인토지법'에 닿아있다. 이 법은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외국 자본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대폭 철폐했고, 토지 취득 절차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간소화하며 사실상 국내 부동산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이러한 조치는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 모르나, 25년이 지난 지금, 경제 논리만 앞세운 이 법의 유산이 국가안보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현행 법제의 구조적 허점

현재 대한민국의 법률상 외국인 및 외국 법인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내국인과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토지를 취득할 수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극히 일부 지정된 구역 내의 토지를 취득할 때에만 사전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중국 정부가 매입한 용산 부지는 대통령실과 불과 1km 남짓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적 보호구역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 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취득이 가능했다. 이는 현행법이 '지정 구역'의 개념에만 갇혀 있어, 지정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에 못지않은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지역을 보호하지 못하는 심각한 맹점을 보여준다.  

상호주의 원칙의 완전한 붕괴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상호주의' 원칙의 부재다. 상호주의는 국가 간 관계의 기본 원칙으로, 상대국이 자국민에게 부여하는 권리와 동등한 수준의 권리를 상대국 국민에게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중 간 부동산 취득에 있어서 이 원칙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나 법인은 중국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중국은 토지 소유권을 국가가 독점하는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주거용 70년, 상업용 40년 등 제한된 기간의 '토지사용권'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1년 이상 현지에 체류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중국 국민과 정부는 대한민국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토지와 건물을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이러한 비대칭적 구조는 명백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 결과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3년 한 해 동안 외국인이 매수한 국내 부동산 중 중국인 비중은 64.9%에 달했으며, 중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택은 5만 채를 넘어섰다. 이는 내국인에게는 각종 대출 규제와 세금 중과를 적용하면서 외국인, 특히 중국 자본에는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는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외국인 토지법은 1998년의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과거의 문제에 갇혀, 2024년의 지정학적 안보 위협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투자자의 국적이나 그 배후(국가자본 여부), 그리고 취득하려는 자산의 전략적 가치를 평가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없다. 미국, 일본 등 경쟁국들이 경제 개방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안보를 최우선으로 법제를 진화시키는 동안, 대한민국은 전략적으로 무장해제된 법률 체계를 방치해 온 셈이다. 용산 부지 매입 사건은 바로 이 법적 공백이 낳은 예고된 사태였다.

구분 대한민국 내 중국인/중국 정부의 권리 중국 내 대한민국 국민/정부의 권리
소유권 형태 완전하고 영구적인 소유권 취득 가능 토지사용권만 취득 가능 (주거용 70년 등)
취득 가능 자산 토지, 주택, 상가 등 모든 종류의 부동산 주거용 부동산 등으로 제한
취득 조건 특별한 체류 조건이나 자격 제한 거의 없음 최소 1년 이상 합법적 체류 등 엄격한 조건
정부의 취득 외교 목적 등으로 직접 취득 가능 (용산 사례) 원칙적으로 불가능
규제 절차 대부분 신고제 (일부 지역만 허가제) 정부의 엄격한 심사 및 승인 절차

V. 세계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주요국의 '부동산 안보' 전략

대한민국이 외국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가까운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부동산 안보(Real Estate Security)'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정교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사례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례 1: 미국 - CFIUS와 FIRRMA를 통한 정교한 통제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라는 강력한 제도를 운영한다. CFIUS는 재무부를 중심으로 국방부, 국무부 등 16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기구로, 외국인의 투자가 미국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심사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CFIUS는 외국인이 미국 기업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경우에 주로 관여했으나, 2018년 제정된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 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of 2018)'을 통해 그 권한이 대폭 확대되었다. FIRRMA는 CFIUS의 심사 대상에 '부동산 거래'를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특히, 군사시설, 주요 공항 및 항만, 기타 민감한 정부 시설 인근의 부동산 매매, 임대차 등이 심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미국 제도의 핵심은 거래 금액이나 부동산의 규모가 아니라, 해당 부동산의 '지리적 위치'와 '투자 주체의 성격'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에 미칠 위험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과 같이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의 자본이 개입된 거래는 더욱 면밀한 심사를 받는다. CFIUS는 심사 결과 안보 위협이 크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거래 중단이나 강제 매각을 권고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5월, 바이든 대통령은 와이오밍주 공군기지 인근에 암호화폐 채굴 시설을 건설하려던 중국계 기업에 대해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토지 소유권을 강제로 처분하도록 조치했다. 이는 CFIUS 제도가 실질적인 집행력을 갖추고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안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에 대해서는 일부 심사를 면제해주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운영하여, 안보와 경제적 개방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사례 2: 일본 - '중요토지조사법'을 통한 핀셋 규제

일본 역시 외국 자본의 민감 지역 토지 매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2022년부터 '중요토지 등 조사·규제법(重要土地等調査・規制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자위대 및 미군 기지, 원자력발전소, 국경 인근의 섬 등 안보상 중요한 시설 주변 약 1km 반경을 '주시구역(주시구역)'으로, 그중에서도 사령부 기능 등 핵심 시설이 있는 곳은 '특별주시구역(특별주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주시구역' 내 토지 소유자의 국적, 이용 실태 등을 조사하여 해당 시설의 기능을 방해하는 행위(예: 전파 방해)가 발생할 경우 중지 권고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특별주시구역' 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경우에는 매매 당사자 모두 사전에 정부에 신고할 의무가 부과된다. 이 법은 중국 등 외국 자본이 홋카이도나 쓰시마의 자위대 기지 인근 토지를 매입한 사례들이 문제가 되면서 제정되었다.  

 

이 외에도 캐나다와 호주 역시 국가안보에 민감한 지역의 외국인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이들 국가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모든 외국인 투자를 막는 전면적인 봉쇄가 아니라, '누가(투자 주체)', '어디를(부동산 위치)', '어떻게(잠재적 위협 방식)'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위험 기반 접근법(Risk-based Approach)'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무분별한 개방도, 폐쇄적인 국수주의도 아닌,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교하고 전략적인 선택이다. 반면, 한국의 현행법에는 이러한 정교한 필터링 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VI. 나아갈 길: 대한민국 부동산 주권과 안보를 위한 제언

중국 정부의 용산 부지 매입 사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외국인 부동산 정책이 현재 상태로 방치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다. 다행히 국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러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단편적인 대응을 넘어,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선 방안들

현재 국회에서는 주로 세 가지 방향의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1. 상호주의 원칙 의무화: 고동진, 김미애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상대국이 대한민국 국민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경우, 해당 국가 국민의 국내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상호주의' 원칙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한중 간의 비대칭적 규제를 바로잡으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2. 군사시설 인근 외국인 취득 원칙적 금지: 유용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현행법상 허가를 받으면 취득이 가능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내 토지에 대해 외국인의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안보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강력한 조치다.  
  3.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수도권 등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여, 외국인이 해당 지역의 토지를 취득할 때 사전에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입법 노력들은 모두 필요한 방향성을 담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추진될 경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상호주의 원칙은 외교적 마찰을 유발할 수 있고, 특정 구역의 전면 금지는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이러한 방안들을 아우르면서도 더 정교하고 체계적인 접근이다.

종합적이고 다층적인 정책 제언

대한민국의 부동산 주권과 안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층적 정책 패키지를 제안한다.

 

1. 한국형 CFIUS, '국가안보 부동산위원회' 설립 미국의 CFIUS를 모델로, 국토교통부, 국방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적 '국가안보 부동산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거래 중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심사 기준은 ▲투자 주체의 성격(특히 외국 정부 또는 국영기업과의 연계성) ▲부동산의 전략적 위치(법적 보호구역뿐 아니라 핵심 정부·군사·산업시설 인근 지역 포함) ▲취득 후 예상되는 용도 및 잠재적 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위원회는 심사 결과에 따라 거래 불허, 조건부 승인, 또는 기존에 취득한 부동산에 대한 매각 명령까지 권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

 

2. '위험 기반 상호주의' 원칙의 도입 모든 국가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직된 상호주의가 아닌, '위험 기반 상호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즉, 미국이나 EU 국가들과 같이 투명한 시장 경제를 운영하며 우리 국민에게 동등한 부동산 취득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의 투자자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간소한 절차를 유지하되, 중국처럼 토지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비시장적 경제 체제를 가진 국가의 투자자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엄격한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이는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위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3. '전략적 토지' 개념의 재정의 및 확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는 좁은 법적 개념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가안보이해관계토지(Strategic Land)'라는 새로운 분류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여기에는 ▲주요 정부 청사 및 지휘시설 ▲공항, 항만, 발전소, 데이터센터 등 핵심 기반시설 ▲첨단 기술 연구개발 단지 및 방위산업체 인근 지역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 구역 내에서의 외국인 부동산 거래는 '국가안보 부동산위원회'의 의무적 사전 심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

4. 투명성 강화 및 정보 공개 의무화 외국 정부나 국영기업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모든 거래는 실시간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등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용산 부지 매입처럼 중요한 거래가 수년간 대중과 정책 결정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일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을 무조건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경제를 유지하면서도 안보라는 '안전핀'을 확실하게 장착하는 길이다. 이는 21세기 지정학적 경쟁 시대에 주권 국가가 취해야 할 당연하고도 책임 있는 자세다.

VII. 결론: 주권의 경계선을 다시 긋다

중국 정부의 용산 부지 매입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이 아닌, 대한민국의 안보와 주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다. 이는 25년 전, 경제적 생존을 위해 설계된 낡은 법률 체계가 21세기의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 현실과 충돌하면서 터져 나온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특정 국가에 대한 반감이나 무분별한 보호주의가 아니다. 이는 자국의 전략적 자산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의 안보를 담보해야 할 주권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에 관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방식대로 안보적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한 채 '열린 문' 정책을 고수하거나, 혹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단편적인 법안들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더 큰 용기와 전략적 결단이다. 즉, 글로벌 자본의 흐름과 국가안보의 요구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현대적이고 정교한 제도적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이 CFIUS를 통해, 일본이 중요토지조사법을 통해 자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는 것처럼, 대한민국도 더 이상 경제 논리 뒤에 안보를 숨겨서는 안 된다. 영토가 무력뿐만 아니라 계약서로도 잠식될 수 있는 시대에, 주권의 경계선은 법률과 전략으로 더욱 명확하게 그어져야 한다. 용산의 1,256평 땅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정책과 국가안보는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 이제 대한민국이 그 균형의 저울을 다시 맞추어야 할 때임을 일깨우는 값비싼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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