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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자·비즈

가격 전쟁의 서막: 한국 시장의 위고비 파격 인하가 암시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글로벌 전장

by 나이크 (injoys.com) 2025.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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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전략적 후퇴인가, 계산된 기습인가?

2025년 8월,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의 한국 시장 가격 조정 발표는 표면적으로는 평범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지각 변동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계절적 할인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땅에서 새로운 글로벌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첫 총성이었습니다.  

 

덴마크의 거대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이 결정은, 미국의 경쟁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강력한 경쟁 약물 마운자로(Mounjaro)의 한국 출시를 코앞에 둔 시점에 나온 직접적이고 선제적인 공격이었습니다.  

 

본 보고서는 노보 노디스크의 전략적 가격 인하를 심층적으로 해부하며, 이 사건이 거대한 글로벌 패권 다툼의 축소판임을 드러낼 것입니다. 우리는 경쟁을 촉발시킨 혁신적인 과학 기술을 탐구하고, 오늘날의 선두 주자를 순식간에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 수 있는 미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분석하며, 혁명의 문턱에 선 수십억 달러 규모 비만 치료제 시장의 미래 지도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1부: 서울에서 울린 총성, 위고비의 방어 전략

이 섹션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벌어진 구체적인 사건들을 상세히 다루며, 위고비의 가격 인하가 관대한 조치가 아닌, 임상적으로 더 우월한 제품에 맞서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 전략이었음을 분석합니다.

2025년 8월 14일,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에 대해 용량에 따라 가격을 차등적으로 인하하는 중대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 가격 인하는 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환자들이 사용하는 가장 낮은 용량인 0.25mg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기존에 모든 용량에 동일하게 적용되던 372,000원에서 무려 42% 인하된 약 220,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된 것입니다. 고용량으로 갈수록 할인율은 점차 줄어들었고, 최고 유지 용량인 2.4mg은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전형적인 '고객 확보 깔때기(customer acquisition funnel)' 전략으로, 경쟁적 열세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가장 큰 폭의 할인을 초기 '스타터' 용량에 집중시킨 것은 명백한 의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마운자로의 초기 진입 가격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여, 새로운 환자들이 치료 여정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위고비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려는 계산입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일단 환자가 위고비의 용량 증량 스케줄에 진입하면, 치료의 '고착 효과(stickiness)'와 브랜드 친숙도를 통해 더 높은 효과를 내는 고용량 단계에서 가격 할인이 줄어들더라도 계속해서 자사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입니다. 이는 더 강력한 경쟁자의 침공에 맞서 해자(moat)를 구축하려는 방어적인 플레이입니다.

불과 며칠 뒤인 2025년 8월 18일,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습니다. 시작 용량인 2.5mg의 가격은 278,000원으로 책정되어, 신규 환자들 앞에서 즉각적인 가격 비교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로써 한국 비만 치료제 시장은 두 거대 기업의 정면 대결을 위한 전장이 되었습니다.  

 

표 1: 2025년 8월, 한국 비만 치료제 시장의 정면 대결

구분 위고비 (Wegovy) 마운자로 (Mounjaro)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 (Novo Nordisk) 일라이 릴리 (Eli Lilly and Company)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 티르제파타이드 (Tirzepatide)
작용 기전 GLP-1 수용체 작용제 GLP-1 / 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
한국 출시/가격 변경일 2025년 8월 14일 (가격 인하) 2025년 8월 18일 (신규 출시)
용량별 가격 (4주 기준) 0.25mg: 약 22만원 (42% 인하) 0.5mg: 약 26만원 (30% 인하) 1.0mg: 약 30만원 (20% 인하) 1.7mg: 약 33만원 (10% 인하) 2.4mg: 37만원 (가격 유지) 2.5mg: 약 27만 8천원 5.0mg: (초기 출시 용량)
 

2부: 두 거인의 이야기, 패권을 향한 글로벌 전쟁

한국에서의 국지전은 곧바로 글로벌 무대로 확장됩니다. 이 섹션에서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간의 치열한 기업 경쟁을 조명하고, 마운자로/젭바운드가 임상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된 과학적 배경을 분석합니다.

효능의 격차와 시장의 반응

경쟁의 핵심에는 명백한 '효능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SURMOUNT-5로 명명된 직접 비교 임상(head-to-head trial) 결과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 마운자로와 동일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평균 20.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반면,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평균 13.7%에 그쳤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47% 더 높은 체중 감량 효과로, 압도적인 임상적 우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효능의 차이는 시장 지배력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습니다. 2025년 초 분석가들은 젭바운드가 연내에 위고비를 제치고 최고의 비만 치료제로 등극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더 나아가, 2030년에는 젭바운드와 마운자로가 릴리에게 6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안겨주며, 위고비의 예상 매출인 181억 달러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경쟁 압력은 노보 노디스크의 시장 성과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2025년 중반, 이 회사의 주가는 차세대 약물에 대한 실망스러운 데이터, 규제 역풍, 그리고 릴리의 강력한 포트폴리오로부터 오는 극심한 압박으로 인해 연초 대비 거의 20%나 급락했습니다.  

적응증 확장을 통한 새로운 전선 구축

두 기업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자사 약물을 다목적 치료제로 진화시키기 위한 '적응증 확장'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는 경쟁의 본질이 단순한 '체중 감량제' 시장에서 더 넓은 '심혈관 대사 건강(cardiometabolic health)'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제품을 차별화하고, 더 중요한 것은 보험 급여 적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약은 '라이프스타일' 약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심장마비를 예방하거나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약은 명백한 '의학적' 필요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위고비는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에 대한 적응증을 확보했으며, 젭바운드/마운자로는 비만의 흔한 동반 질환인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미래의 승자는 단순히 체중을 가장 많이 줄여주는 약이 아니라,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심각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건강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약이 될 것입니다. 이는 전체 시장 규모를 확장하고 이들 약물을 표준 치료법으로 더욱 깊숙이 자리 잡게 할 것입니다.

 

표 2: 글로벌 리더 전격 비교 (위고비 vs. 젭바운드)

구분 위고비 (Wegovy) 젭바운드 (Zepbound)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 일라이 릴리
작용 기전 GLP-1 수용체 작용제 GLP-1 / 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
평균 체중 감량률 (직접 비교 임상) 13.7% 20.2%
주요 추가 적응증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 치료
 

3부: 포만감의 과학, GLP-1과 GIP의 비밀

이들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젭바운드의 우월성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입니다. 이는 우리 몸의 장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을 모방한 것입니다. GLP-1은 뇌에 포만감 신호를 보내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추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이중 작용제(dual-agonist)**입니다. 이 약물은 GLP-1 수용체뿐만 아니라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수용체에도 동시에 작용합니다. GIP 역시 인크레틴 호르몬의 일종으로, GLP-1과 함께 작용할 때 식욕 억제와 대사 조절에 있어 더욱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결론적으로, GIP 경로를 추가로 활성화하는 이 '이중 작용' 메커니즘이 바로 티르제파타이드가 임상 시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보다 월등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과학적 근거입니다. 이는 인크레틴 기반 치료법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중요한 진보라 할 수 있습니다.


4부: 차세대 물결, 비만 치료의 미래를 엿보다

현재의 주사제 경쟁을 넘어,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편의성과 새로운 기전을 갖춘 차세대 치료제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4.1 주사 바늘의 종말?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게임 체인저

일라이 릴리는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라는 또 다른 혁신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먹는 약) GLP-1 치료제입니다. 특히 음식이나 물 섭취 제한 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은 주사제에 비해 엄청난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2025년, 오르포글리프론은 ATTAIN-1, ATTAIN-2, ACHIEVE-1 등 다수의 3상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상당한 체중 감량 및 당화혈색소(A1C) 감소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릴리는 2025년 말까지 비만 치료를 위한 글로벌 허가 신청을 시작할 계획이며, 이는 주사제를 기피하는 환자들을 흡수하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4.2 새로운 도전자와 기전: 암젠의 월 1회 주사제

거대 바이오 기업 암젠(Amgen) 역시 **마리타이드(MariTide, 이전 코드명 AMG 133)**를 통해 이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약물은 한 달에 한 번 또는 그보다 더 긴 간격으로 투여하는 주사제로, 편의성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렸습니다.  

 

2025년 6월에 발표된 2상 임상 데이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52주차에 최대 약 20%의 평균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으며, 특히 체중 감량 정체기(plateau) 없이 지속적인 감량 효과를 나타내 추가적인 감량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마리타이드는 GLP-1에는 작용제(agonist)로, GIP에는 길항제(antagonist)로 작용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마운자로와는 정반대의 GIP 작용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위해 아직 탐험할 새로운 생물학적 경로가 남아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미래의 파이프라인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전쟁이 '효능'과 '편의성'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질 것임을 예고합니다. 일라이 릴리는 현재 최고의 효능을 가진 젭바운드와 가장 편리한 경구용 치료제가 될 오르포글리프론을 모두 보유함으로써 양쪽 전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쟁사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주력 제품의 효능이 뒤처질 뿐만 아니라, 편리한 경구용 대체재 경쟁에서도 뒤처져 있습니다. 릴리의 이원화된 포트폴리오는 향후 10년간 극복하기 어려운 시장 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표 3: 미래의 파이프라인: 차세대 비만 치료제

약물명 제조사 제형 투여 주기 핵심 차별점 / 기전
오르포글리프론 (Orforglipron) 일라이 릴리 경구용 알약 1일 1회 주사 바늘이 필요 없는 압도적인 편의성
마리타이드 (MariTide) 암젠 주사제 월 1회 (또는 그 이상) 투여 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인 편의성, GLP-1 작용제 + GIP 길항제
 

5부: 시장의 지각 변동과 장기적 전망

장기적으로 시장을 형성할 경제적 요인들, 특히 특허 만료의 충격과 이 시장에 걸린 막대한 금전적 가치를 살펴봅니다.

5.1 특허 절벽과 캐나다의 선례

노보 노디스크의 전략적 실수는 캐나다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유지 수수료 납부 실패로 인해 세마글루타이드의 핵심 물질 특허가 2026년 1월 이후로 보호받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캐나다는 미국(특허 2032년 만료)이나 유럽보다 수년 앞서 오젬픽과 위고비의 저가 복제약(제네릭)을 허용하는 최초의 주요 서구 시장이 될 것입니다.  

 

복제약 출시는 약가를 70~80%까지 낮출 수 있으며, 힘스앤허스(Hims & Hers), 산도즈(Sandoz)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2026년 캐나다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더 나아가 캐나다의 저렴한 복제약이 고가의 미국 시장으로 재수입될 위험을 낳으며, 전체 가격 구조를 조기에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적 파급력을 가집니다.  

5.2 1,000억 달러 규모의 전쟁터

이 치열한 경쟁의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시장 전망이 있습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최소 600억 달러에서 최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GLP-1 계열 약물은 이미 비만 치료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이 계열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사제(비경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오르포글리프론과 같은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예측에 따르면 2030년까지 경구용 약물이 전체 시장의 25%를 점유할 수도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전형적인 의약품 수명 주기를 따르고 있지만, 그 속도는 훨씬 빠릅니다. 막대한 잠재적 수익이 혁신, 최고가 형성, 복제약 경쟁이라는 각 단계를 훨씬 더 짧고 변동성이 큰 기간으로 압축하고 있습니다. 1세대 GLP-1(위고비), 2세대 이중 작용제(마운자로), 그리고 3세대 편의성 플랫폼(경구용 오르포글리프론, 월 1회 마리타이드)으로 이어지는 빠르고 연속적인 혁신의 물결이 이를 증명합니다. 동시에 1세대 제품의 주요 특허가 핵심 시장에서 조기에 붕괴되는 사건(캐나다 사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일 제품이 경쟁 없이 최고 수익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업들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야만 하는 시대에 직면한 것입니다.  

 

결론: 환자를 위한 새로운 시대의 개막

한국 시장에서의 가격 전쟁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글로벌 비만 치료 혁명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신호탄입니다. 이 전쟁은 더 우월한 과학 기술(이중 작용제), 혁신적인 편의성(경구용 약, 월 1회 주사), 그리고 공격적인 시장 전략을 무기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시장 점유율을 위해 싸우고 투자자들이 주가를 주시하는 동안, 이 치열한 경쟁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바로 환자가 될 것입니다. 경쟁은 직접적으로 더 낮은 가격, 더 나은 치료 옵션, 그리고 더 넓은 접근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5년 후의 비만 치료 환경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주 1회 주사제의 지배력은 매일 먹는 알약과 월 1회 주사제의 도전을 받을 것입니다. 대화의 초점은 단순히 '체중 감량'에서 포괄적인 '대사 건강 관리'로 완전히 전환될 것입니다. 그리고 복제약의 등장은 혁신적이지만 비쌌던 이 약들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류 치료제로 바꾸는 과정을 시작할 것입니다. 전쟁은 시작되었고, 그 결과는 의학의 미래를 다시 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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