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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교육·리뷰

적자여도 괜찮아? 요즘 부자들이 '초대형 베이커리카페'를 여는 진짜 이유

by 나이크 (injoys.com)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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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트렌드, 그 전략적 뒷맛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한적한 교외 지역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웅장한 한옥의 멋을 살리거나, 통유리를 활용해 현대적인 미학을 극대화한 이 공간들의 정체는 바로 '초대형 베이커리카페'다. 이들 카페는 단순히 빵과 커피를 파는 공간을 넘어,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주말 나들이객을 끌어모으는 하나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사업장 면적이 333제곱미터(약 100평)가 넘는 대형 베이커리카페는 2008년 전국에 18개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109개로 15년 만에 6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폭발적인 증가는 단순히 빵 소비 증가나 소비자들의 경험 중심 소비 트렌드 변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 트렌드의 이면에는 훨씬 더 정교하고 거대한 자산 관리 전략이 숨어있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높은 운영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초대형 베이커리카페를 여는 이유는 무엇인가? 심지어 일각에서는 "적자가 나도 괜찮다"는 말까지 나온다 [User Content]. 이 역설적인 상황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 현상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F&B(식음료) 사업의 성공 신화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복잡한 세법 체계 속에서 부를 이전하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전략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초대형 베이커리카페 열풍의 본질을 파헤치고, 그 중심에 있는 '가업승계'라는 키워드를 통해 숨겨진 금융 및 세무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카페들은 두 개의 평행 트랙 위에서 운영된다.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보이는 트랙으로, 독특한 건축미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유주에게만 보이는 보이지 않는 트랙으로,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최적화하여 다음 세대로 부를 이전하는 것이다. 소비 트렌드는 이 근본적인 금융적 동기를 가려주는 완벽한 명분이자 대외적인 합리화 기제가 된다. 즉, 카페의 미학적 매력과 높은 방문객 수는 가업승계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부동산 및 운영 투자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법의 빈틈: 왜 커피 전문점이 아닌 베이커리카페인가?

이 모든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한 가지, 바로 '업종'이다. 왜 자산가들은 비슷한 형태의 일반 커피 전문점이 아닌, 굳이 '베이커리카페'를 선택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코드에 따른 법적 분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세제 혜택의 엄청난 차이에 있다.

빵을 직접 구워 판매하는 베이커리카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제과점업(KSIC 코드: 56191)'으로 분류된다. 이는 '음식점업'의 하위 카테고리로, 현행 세법상 '가업상속공제' 및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적격 업종에 해당한다.  

 

반면, 커피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일반 커피 전문점은 '비알코올 음료점업(KSIC 코드: 56221)'으로 분류된다. 이 업종은 가업승계 관련 세제 혜택 대상에서 명백히 제외되어 있다. 겉보기에는 유사한 사업 모델이지만, 이 작은 분류 코드의 차이가 수십억 원의 세금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막대한 결과를 낳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예를 들어, 시가 50억 원 상당의 토지를 자녀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최고세율 50%가 적용되어 산출세액은 누진공제 4억 6,000만 원을 제외하고도 약 20억 4,0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동일한 가치의 토지 위에 적격 요건을 갖춘 베이커리카페를 설립하고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활용해 증여하면 상황은 극적으로 변한다. 증여재산가액 50억 원에서 10억 원을 공제한 40억 원에 대해 10%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어 증여세는 단 4억 원으로 급감한다.

결과적으로 16억 4,000만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차별은 업계 내에서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한국 커피 문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로 선정된 유명 커피 전문점조차 '비알코올 음료점업'이라는 이유로 가업승계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User Content]. 이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특정 업종에만 막대한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구분 베이커리카페 일반 커피 전문점
KSIC 코드 56191 56221
법적 분류 제과점업 비알코올 음료점업
가업승계 혜택 적격 (O) 비적격 (X)

이러한 현상은 현대 식음료 시장의 현실을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베이커리에서 고품질의 커피를 기대하고,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에서 그에 걸맞은 디저트를 찾는 등 두 사업 모델은 사실상 융합되었다. 하지만 세법은 여전히 기존의 산업 분류 체계에 기반한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결국 이는 시장 논리가 아닌 세제 혜택이라는 특정 상자에 들어가기 위해 사업 모델을 인위적으로 맞추게 하는, 전형적인 세금 정책에 의한 시장 왜곡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전략의 설계도: 가업승계 세법 심층 분석

베이커리카페를 활용한 절세 전략은 단순히 사업자 등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세법이 규정하는 매우 엄격하고 복잡한 요건들을 장기간에 걸쳐 충족해야만 비로소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이 과정은 크게 '승계 전 준비 단계'와 '승계 후 사후관리 단계'로 나뉜다.

승계 전 준비 단계: 10년의 초석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은 증여자(부모), 수증자(자녀), 그리고 가업(기업) 세 주체 모두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 증여자(부모) 요건:
    • 경영 기간: 최소 10년 이상 해당 가업을 계속해서 경영해야 한다.  
    • 지분 보유: 증여자는 최대주주로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여 해당 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40% 이상(상장법인은 20%)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한다.  
    • 대표이사 재직 (2024/2025년 강화 요건): 최근 세법 개정으로 매우 중요한 요건이 추가되었다. 증여자는 ① 가업 영위 기간의 50% 이상을 대표이사로 재직했거나, ② 증여일로부터 소급하여 10년 중 5년 이상을 대표이사로 재직해야만 한다. 이 조항은 명의만 빌려주는 형태의 편법적 승계를 막기 위한 장치로, 제도의 문턱을 한층 높였다.  
  • 수증자(자녀) 요건:
    • 기본 자격: 증여일 현재 만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거주자여야 한다.  
    • 가업 종사 및 대표이사 취임: 증여세 신고기한까지 가업에 종사를 시작해야 하며, 증여일로부터 3년 이내에 반드시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한다.  
  • 가업(기업) 요건:
    • 기업 규모: 자산총액 5,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또는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이 5,000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이어야 한다.  
    • 주된 사업: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업종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해야 한다. '제과점업'이 포함된 제조업, 도소매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복잡한 요건들은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구분 요건 핵심 내용
증여자 (부모) 경영 기간 10년 이상 계속 경영
  지분 보유 특수관계인 포함 40% 이상 지분 10년 이상 보유 (상장사 20%)
  대표이사 재직 가업 영위 기간의 50% 이상 또는 증여 전 10년 중 5년 이상 재직 (강화)
수증자 (자녀) 기본 자격 만 18세 이상 거주자
  가업 종사 신고기한 내 가업 종사 시작 및 3년 내 대표이사 취임
가업 (기업) 기업 규모 자산총액 5천억 미만 중소기업 또는 평균 매출액 5천억 미만 중견기업
  업종 제과점업 등 법령에서 정한 적격 업종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

승계 후 사후관리: 5년간의 의무

증여세 특례를 적용받았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세금 혜택은 잠정적인 것이며, 증여일로부터 5년간(최근 7년에서 단축됨 ) 국세청의 엄격한 사후관리를 받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다음의 의무를 하나라도 위반하면 감면받았던 세금 전액과 이자상당액을 추징당하게 된다.  

  • 가업 유지: 수증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휴업하거나 폐업해서는 안 된다.  
  • 업종 유지: 주된 사업을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 내에서 벗어나는 다른 업종으로 변경할 수 없다.  
  • 자산 유지: 핵심적인 가업용 자산의 40% 이상을 처분할 수 없다.  
  • 지분 유지: 수증자가 증여받은 주식 지분이 감소해서는 안 된다.  
  • 고용 유지: 5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의 연평균과 총급여액의 연평균이 승계 직전 2년 평균의 90% 미만으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이처럼 가업승계 절세 전략은 단순한 세금 회피 기술이 아니다. 부모 세대의 10년 이상 경영과 자녀 세대의 5년간 사후관리 의무를 합하면 최소 15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재무 계획이다. 이는 단지 재정적 자본뿐만 아니라, 세대를 잇는 헌신과 엄격한 운영 규율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전략임을 의미한다.  

 

논쟁의 레시피: 정당한 인센티브인가, 부자 감세인가?

초대형 베이커리카페를 통한 가업승계 전략은 그 합법성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필수적인 제도로 옹호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조세 정의에 어긋나는 '부자들을 위한 특혜'라고 맹렬히 비판한다.

비판론: "부자 감세 수단으로 전락한 제도"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일부 정치권은 이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1997년 도입 당시, 독일의 '명문 장수기업(히든 챔피언)' 육성책을 모델로 삼았다. 그 목적은 가족에게 승계되지 않으면 경쟁력 유지가 어려운 고유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가진 중소기업이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문을 닫거나 해외 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 제도가 점차 확대되면서, 특별한 '가업(家業)'의 정신이 없는 일반 기업, 특히 고가의 부동산 같은 자산을 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한다. 베이커리카페는 전문 파티시에와 경영인을 고용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반드시 가족 승계가 필요한 고유 기술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후관리 위반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국세청이 사후관리 의무 위반으로 추징한 상속세는 59건, 총 541억 원에 달한다. 위반 유형 중 가장 빈번했던 것은 '상속인의 가업 미종사'로, 이는 애초에 가업을 이어갈 의지 없이 자산 이전의 수단으로만 제도를 활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옹호론: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경제적 필요"

반면, 정부와 재계는 이 제도가 한국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항변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으로, 이로 인해 건실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승계 과정에서 존폐의 기로에 선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창업주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회사를 통째로 팔게 되면, 수십 년간 쌓아온 경영 노하우가 단절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고용 불안을 야기하여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업승계 지원 제도는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국회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모든 논쟁은 '가업(家業)'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둘러싼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이 제도는 한 가문의 '고유한 기술과 장인정신'을 보존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한 가문의 '자본과 경영권'을 보존하기 위한 것인가? 제도의 낭만적인 명칭과 도입 취지는 전자를 가리키지만, 베이커리카페 사례에서 보듯 현실적인 적용은 후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간극이야말로 이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핵심 원천이다.

 

결론: 세금 정책이 빚어낸 트렌드의 미래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초대형 베이커리카페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는 ① 특별한 공간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문화의 변화 , ② 교외 지역의 부동산 가치 상승을 노리는 투자 전략 , 그리고 ③ 복잡한 세법을 활용한 정교한 자산 이전 계획 이라는 세 가지 강력한 힘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이 보고서에서 심층 분석했듯이, 이 전략은 결코 간단한 세금 회피 수단이 아니다. 최소 15년에 걸친 장기적인 헌신과 엄격한 사후관리 의무, 그리고 이를 위반했을 때 뒤따르는 가혹한 세금 추징은 이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는 단기적인 이익을 좇는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도의 금융 전략이다.  

 

이 트렌드의 미래는 불확실하며, 전적으로 정치적 의지에 달려있다. 가업승계 지원 제도는 국회에서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규제 강화를, 다른 한쪽에서는 추가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향후 세법 개정 방향에 따라 이 전략의 유효성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전략을 추구하는 자산가들은 일종의 '입법 리스크 차익거래(Legislative Arbitrage)'를 하고 있는 셈이다. 즉, 현재는 유리하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특정 세법 조항이 앞으로 15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이다. 성공의 열쇠가 기업의 운영 능력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정치 지형의 변화에 달려 있다는 점은 이 전략의 위험성을 한층 더 높인다. 이는 베이커리카페 열풍의 이면에 숨겨진 가장 심오하고도 본질적인 통찰이다. 이 달콤한 트렌드가 앞으로 어떤 쓴맛 혹은 단맛을 낼지는, 결국 우리 사회의 조세 정의에 대한 합의와 입법부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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