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을 계속 배우는데도 뒤처지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학습량보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낡은 전제일 수 있다. AI와 자동화가 업무 절차를 빠르게 바꾸는 환경에서는 새 지식을 추가하는 능력뿐 아니라 기존 지식의 적용 범위를 재검토하는 **언러닝(unlearning)**이 필요하다.
언러닝이란 무엇인가
언러닝은 이미 배운 내용을 완전히 지우거나 과거의 경험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한때 효과적이었던 지식, 습관 또는 전제가 현재 상황에서도 유효한지 점검하고, 더는 맞지 않는 부분이 의사결정을 지배하지 않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모든 보고서를 사람이 처음부터 작성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수 있다.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초안 작성 절차를 바꿀 수 있지만, 사실 확인과 승인 책임까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언러닝은 기존 절차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사람이 계속 책임져야 하는지 다시 구분하는 작업이다.
언러닝과 망각의 차이
| 구분 | 의미 | 결과 |
|---|---|---|
| 망각 | 의도와 관계없이 기억이나 정보를 잃는 현상 | 필요할 때 기존 지식을 활용하지 못할 수 있음 |
| 폐기 | 특정 정보나 절차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 대안이 없으면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음 |
| 언러닝 | 기존 지식의 전제와 적용 조건을 재검토하는 것 | 유효한 부분은 보존하고 낡은 부분은 교체할 수 있음 |
| 리러닝 | 달라진 환경에서 핵심 개념이나 기술을 다시 익히는 것 | 기존 경험을 새 기준에 맞게 재구성함 |
왜 AI 시대에 언러닝이 중요한가
직무에 필요한 기술 조합이 빠르게 달라진다
세계경제포럼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서 조사에 참여한 고용주들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근로자가 보유한 기존 기술 조합의 약 39%가 변화하거나 시대에 뒤처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모든 기술이 같은 속도로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많은 직무에서 필요한 기술의 구성과 중요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흔히 직무 기술의 시장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을 가리켜 ‘스킬 반감기’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직종, 기술, 산업, 측정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공통된 국제 표준 지표도 아니다. 따라서 ‘모든 기술의 반감기는 5년’ 또는 ‘AI 기술은 2년’과 같은 문장을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변화 방향을 설명하는 비유나 제한된 추정치로 다루는 것이 정확하다.
새 도구가 기존 절차의 전제를 바꾼다
업무 절차는 대개 당시의 비용과 기술적 제약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검색에 오랜 시간이 걸리던 시기에 만든 조사 절차, 대면 근무를 기본으로 설계한 승인 체계, 사람이 모든 초안을 작성한다는 가정에 기반한 제작 과정이 대표적이다.
AI가 검색, 요약, 번역, 코드 및 문서 초안 작성을 지원하면 이러한 전제 일부가 달라진다. 그렇다고 기존 절차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보안, 사실 검증과 최종 책임처럼 도구가 바뀌어도 유지해야 할 조건이 있다.
더 많이 아는 것과 더 잘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
AI는 많은 선택지를 빠르게 제시하지만, 조직의 목적에 맞는 선택지를 정하고 위험을 감수할 범위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산출물이 사실인지,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법과 조직 정책을 준수하는지 판단하는 책임도 자동으로 이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AI 시대의 역량은 단순한 정보 보유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다음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 문제와 목표를 정확히 정의하는 능력
- 출처와 근거를 검증하는 능력
- 중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
- 조직과 이용자의 맥락을 반영하는 능력
- 결과를 설명하고 책임지는 능력
언러닝·리러닝·뉴러닝의 순환
언러닝은 단독으로 끝나는 활동이 아니다. 기존 전제를 내려놓은 뒤 핵심을 다시 이해하고 새로운 방법을 실제 업무에 연결해야 한다.
| 단계 | 핵심 질문 | 주요 활동 | 산출물 |
|---|---|---|---|
| 언러닝 | 무엇이 더는 사실이거나 필수가 아닌가? | 전제 식별, 적용 조건 검토, 예외 분석 | 중단·유지·검증할 항목 목록 |
| 리러닝 | 변하지 않은 목적과 원리는 무엇인가? | 목표 재정의, 최신 근거 확인, 기준 수정 | 새로운 판단 기준과 업무 원칙 |
| 뉴러닝 | 새 도구와 조건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 실험, 측정, 피드백, 절차 설계 | 검증된 새 업무 방식 |
이 세 단계는 일직선이 아니라 반복되는 순환이다. 새 방식도 환경이 바뀌면 다시 검토 대상이 된다.
언러닝을 실행하는 6단계
1. 바뀐 신호를 찾는다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기존 방식의 전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 투입 시간은 늘었는데 결과의 품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 새 도구를 도입했지만 업무 단계는 이전과 똑같다.
- 규정, 기술 또는 이용자 요구가 달라졌다.
- 구성원이 절차의 목적을 설명하지 못하고 관행만 따른다.
- 같은 실수나 재작업이 반복된다.
2. 숨은 전제를 문장으로 적는다
절차 뒤에 숨어 있는 믿음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꾼다. ‘원래 이렇게 한다’는 표현은 검증할 수 없으므로 피한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좋은 보고서는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작성해야 한다.
- 회의에 오래 참석해야 업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 관리자는 구성원보다 모든 실무를 더 잘 알아야 한다.
- 문서가 길수록 충분히 검토한 결과다.
3. 사실, 가정, 선호를 구분한다
각 문장을 다음 세 범주로 분류한다.
- 사실: 현재 근거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
- 가정: 특정 조건에서만 맞거나 아직 검증하지 않은 내용
- 선호: 개인이나 조직이 원하는 방식
선호를 사실처럼 취급하면 언러닝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법적 의무나 안전 기준을 단순한 관행으로 오인해 없애면 위험할 수 있다.
4. 적용 조건과 유효기간을 확인한다
기존 방식이 만들어진 시점, 해결하려던 문제, 당시 사용 가능했던 도구를 확인한다. 이어서 현재에도 같은 조건이 유지되는지 질문한다.
- 이 규칙은 어떤 문제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는가?
- 그 문제는 지금도 존재하는가?
- 기술이나 비용 구조가 달라졌는가?
- 규제, 보안 또는 품질 기준은 그대로인가?
- 이 방식을 중단했을 때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가?
5. 전면 교체 대신 작은 실험을 한다
언러닝은 무조건적인 폐기가 아니다. 되돌릴 수 있는 범위에서 기존 방식과 새 방식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 주간 보고서 전체를 없애기 전에 한 팀에서 보고 항목을 절반으로 줄이고, 의사결정 시간·오류·재작업·이용자 만족도를 비교할 수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도 공개 가능한 문서의 초안 작성부터 시험하고, 민감한 데이터와 최종 승인은 별도의 통제 절차로 유지하는 편이 안전하다.
6. 새 기준과 폐기 이유를 기록한다
실험 결과에 따라 기존 방식을 유지, 수정, 보류 또는 폐기한다. 무엇을 바꿨는지만 기록하지 말고 다음 내용도 남긴다.
- 이전 방식의 목적
- 더는 유효하지 않은 전제
- 유지해야 하는 원칙과 통제 장치
- 새 방식이 유효한 조건
- 재검토 날짜와 책임자
이 기록은 새 방식이 또 하나의 검증되지 않은 관행으로 굳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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